Cafe Enterprise




최근 제임스 커크는 달짝지근한 행복하고도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24년 인생, ‘케이크라고 하는 것이 이렇게 맛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제껏 커크는 저주받은 몸뚱이 온갖 해괴한 알레르기란 알레르기는 다 발병되는 몸뚱이 - 탓에 먹는 것도, 만지는 것도 함부로 손대지 못했다. 먹음직스럽게 익은 빨간 딸기가 올려져 있던 초콜릿 케이크가 고동빛 광채를 뿜어대며 얼른 자신을 먹어달라고 유혹하는 것을 참지 못하여 한 입 먹었다가 바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온갖 검사는 다 해보았지만 그래서 결국 생크림이 문제인지, 밀가루가 문제인지 아니면 기타의 것이 문제인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그러던 최근, 커크는 이제 남부럽지 않을 만큼 케이크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꼬마아이처럼 입가에 생크림을 덕지덕지 묻혀가면서 케이크를 흡입하는 꼴이란……. 그나마 네가 얼굴이 제임스 커크니까 아주 못 볼 정도는 아니라고 본즈가 한 마디 덧붙였다.


칠칠맞게. 뭐하는 거야? 얼굴에 다 묻히고.”

너무 맛있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지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술루는 가볍게 커크의 얼굴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주었다. 마침 가게를 방문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진열대로 간 술루를 보며 커크는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별로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네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잘 할 수 있을까.”

자신감 빼면 시체인 네가 뭘 걱정 하냐. 뭐든 좋아할 거야. 사귄지 1년 된 기념으로 이벤트 해주려고 하는 건데 술루가 그런 걸 대놓고 싫어할 만한 성격도 아니잖아. 네 실력이 엉망진창이어도 나쁜 말은 안 할 거다.”

위로하는 척 하면서 병이란 병은 다 주는 나쁜 의사선생.”

꺼져.”


커크는 접시에 남겨져있던 케이크를 한 입에 우겨넣고는 부랴부랴 가게를 나섰다. 술루가 퇴근하기까지 시간은 남아있었지만 앞으로 커크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므로.

 


 


작년, 제임스 커크는 히카루 술루와 연인사이가 되었다. 케이크를 먹지 못하는 청년과 케이크를 만드는 게 일인 청년의 조합은 퍽 웃긴 조합이었다. 커크의 입장에서는 나름 필사적인 술루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괘씸한 노력 끝에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고, 커크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술루가 만들어준 케이크를 양 손 가득 포장해가서 집에 온갖 자랑이란 자랑은 다 하고는 가족끼리 나누어먹었다는 건 술루에게 비밀이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으면서도 며칠 전부터 계속 술루에게 무엇을 해주는 게 좋을지 머리 빠지도록 고민한 커크가 내린 결론은 바로 술루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주자, 라는 것이다.

케이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사람에게 살면서 단 한 번도 케이크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만들어 주는 케이크가 얼마나 볼품없고 모양 빠지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커크는 꼭 그러고 싶었다. 무엇보다 술루는 케이크를 만드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가게에서 케이크를 만들 때나 커크에게 케이크 혹은 그에 비슷한 것들을 먹게 해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모른다. 본즈에게 일일이 커크의 알레르기 반응을 묻고, 설탕을 많이 넣지 않으면서도 디저트 본연의 단 맛을 내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계속한다. 이 한 몸 불사르는 한이 있어도 오늘 케이크는 반드시 완성을 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커크는 술루의 집으로 향했다. 어지간한 도구는 그 집 주방에 다 있다. 문제는 커크가 사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난이도를 높게 잡으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가장 무난하고 쉬운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기로 한 커크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각오를 다졌다.

 


 


커크는요?”

할 일 있다고 아까 먼저 갔어. 너도 어서 가봐. 오늘이잖아?”

저 지금 창피해져서 얼굴 빨개졌죠.”

아니, 전혀.”


으이그, 못 살아. 술루는 부랴부랴 가방을 챙기고 집으로 향했다. 물론 두 사람이 연인 사이가 되고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는 본즈의 매우 지대한 도움이 있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의 입에서 1주년 기념일 이야기를 들으니 얼굴이 화끈해졌다. 원래는 오늘 휴가를 받아 둘이서 분위기 좋은 곳으로 놀러갈까, 생각하고 있던 술루에게 집에서 보자고 한 건 다름 아닌 커크였다. 집에서 보자! 하고 말하던 그 얼굴이 어찌나 반짝거리던지. 커크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그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의 얼굴이 얼마나 반짝거리며 딱 티가 나는지. 나는 지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소, 그러니 기대하시오! 그 얼굴을 애써 모른 척 해주는 것도 일이다.

둘이서 마시기 적당한 와인과 간단히 먹을 안주들을 손에 들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던 술루는 점점 집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흔히 주방에서나 맡을 수 있던 그 냄새다. 술루는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얼굴로 쏟아지는 매캐한 냄새에 기침을 터트렸다.


이게, 콜록, 콜록!”

, 술루…….”

커크! 뭐하는 거야?”

그게…….”


엉망이 되어버린 주방 바닥과 벽, 매캐한 냄새, 새카맣게 탄 무언가. 술루는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는 서둘러 집에 달린 문이란 문은 싹 열어젖혔다.


바보도 아니고, 연기가 났으면 문을 열어야지! 큰일 났으면 어쩌려고 그래?!”

……신고 들어올까 봐.”

……내가 이 세상에서 들은 말 중에 제일 멍청한 말이네. 연기를 너무 마셨어? 머리 아파?”


한바탕 큰 소란이 좀 가시자 술루는 이제야 똑바로 커크와 집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엉망이 된 주방은 그렇다 치고, 술루는 서둘러 냉동실에서 얼음 팩을 꺼내 수건으로 감싸고는 커크의 손에 대주었다. 심하지는 않지만 발갛게 부어오른 곳이 군데군데 있었고 여기저기 까지고 물집이 잡힌 걸 보니 영 안타까웠다. 태어나서 오늘 처음으로 잡아본 기구들일 텐데 손에 익숙하지 않으니 이렇게 다치지.


많이 안 아파?”

, 잘 모르겠어.”

머리도 좋은 애가 왜 바보같이 이러고 있었어. 속상하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는 커크를 식탁 그나마 좀 멀쩡해 뵈는 의자에 앉힌 술루는 그대로 꼼짝 말고 얼음찜질을 계속하라는 지시와 함께 엉망이 된 주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일어나 같이 치우려고 하는 커크를 다시 자리에 앉힌 술루는 매우 능숙한 손길로 순식간에 주방을 싹 치우고는 새로 케이크를 만들 준비를 했다.


내가 치우는 속도가 빠른 게 왜겠어? 하도 많이 어지럽혀서 이젠 치우는데 골이 난 거지. 됐어, 이제 이리와.”


술루는 천천히 커크가 보고 익히는 속도에 맞추어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빠르게 완성되어가는 반죽과 반죽을 덮는 새하얀 생크림, 마지막으로 그 위에 딸기를 올리는 순간까지. 커크는 그 모든 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새하얀 생크림 케이크 위에 올려진 먹음직스러운 딸기. 완성된 쇼트케이크를 보며 커크는 케이크와 술루를 번갈아보더니 침울한 얼굴이 되어서는 말했다.


미안해, 잘하고 싶었는데.”

기특하니까 봐줄게.”


케이크를 조각내어 접시에 덜은 술루는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

나 먹고 싶은 거 있어.”

뭔데? 말만 해. 가서 사올게.”

이리 와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술루의 쪽으로 몸을 기울인 커크는 곧 손가락으로 생크림을 덜어 자신의 입술에 묻히는 술루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잘 먹겠습니다.”

, 술루, 잠깐, 이런 건 어디서 배운, 으악!”


, 소리가 날 정도로 감칠맛 나는 입맞춤에 아쉬워할 틈도 없이 입가를 혀로 핥는 술루를 보며 커크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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