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수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맛은 늙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것을 좋아할 정도의 특이한 취향이다. 분명 한재호도 그것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품에 늘 달달해서 혀가 아릴 정도의 간식거리를 쥐어주었다. , 싫다니까. 그 정도 투정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인지 재호는 실실 웃으며 현수의 품에 그것들을 가득 안겨주었다. 형이나 먹어요. 단 거 싫어한다니까. 조금 짜증을 섞어 말하면 재호는 너 같은 나이에 단 걸 많이 먹어 둬야한다는 현수의 입장에서는 전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늘어놓을 뿐이었다.

재호는 현수에게 절대로 값싼 것들을 쥐어주는 법이 없었다. 입는 옷, 먹는 음식, 몸에 차는 것들 전부. 정작 자기는 병갑과 함께 고등학교 앞에서 파는 떡볶이나 먹으면서 자신에게 주는 것들은 상당한 가격을 뽐내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 달디 단 간식거리들은 대부분 불량식품인 경우가 많았다. 흔히 눈깔사탕이라는 것부터 심지어는 동전 초콜릿까지. 싫다고 짜증을 부리는 것도 몇 번이지, 그 수가 십 단위를 넘어가면 포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물며 그는 한재호가 아닌가. 결국 현수는 재호가 주는 주전부리를 하나 씩 먹기 시작했다. 하나를 먹기 시작하면 두 개를 먹게 되고, 두 개를 먹게 되면 세 개를 먹고. 대체로 그 값싼 것들은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어느새 현수의 바지 주머니에는 알맹이는 빠진 껍데기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걸 보면 또 좋다고 낄낄거리고 있는 꼴을 보니 살짝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심보가 더 컸다.

그래서 나한테 이런 걸 주는 이유가 뭔데요? 재호의 눈에 현수의 얼굴은 티 없이 맑았다. 그만큼 질문의 의도는 순수했다. 사탕 하나를 물어 볼이 볼록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더더욱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재호는 손가락으로 튀어나온 현수의 볼을 톡톡 두드렸다. 귀엽잖아. 상상도 못한 재호의 대답에 제대로 녹지 않은 그 사탕을 꿀떡 삼켜버린 현수는 컥컥대며 겨우겨우 사탕을 토해냈다. 미친, 세상에 이런 살인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 말에 이어진 대답은 가관이었다. 진짠데. 됐거든요, 내가 말을 말지.

 


현수는 한껏 뒤로 젖힌 카시트에 누워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직 껍질을 까지 않은 눈깔사탕 하나가 손에 잡혔다. 껍질을 까 사탕을 입에 넣으니 이제는 익숙해진 그 묘한 단맛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현수는 혀로 사탕을 굴리며 욕을 지껄였다. 시발, 그러게 사탕은 왜 먹여가지고.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현수는 그대로 사탕을 이로 씹어 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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